리눅스 재단(Linux Foundation)은 네트워킹, 엣지 컴퓨팅이 오는 2025년 클라우드 컴퓨팅을 능가할 것이라고 말한다.
왜 그럴까? 그리고, 이 새로운 엣지 기반 컴퓨팅 세계는 정확히 어떤 모습일까?
사무실에 서버를 두고 우리 모두 ‘엣지 컴퓨팅’을 사용했던 때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물론 당시에는 이를 ‘엣지 컴퓨팅’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냥 그런 방식으로 일했을 뿐이다.
그리고 클라우드의 등장으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이제 컴퓨터는 수백 마일 떨어져 있지만 밀리초(MS) 단위의 레이턴시를 가진다. 업무용 애플리케이션이라면 이 정도 레이턴시는 괜찮은 수준이다. 하지만 속도에 대한 욕망은 끝이 없고 여기에 IoT와 5G가 부상하면서, 새로운 로컬 컴퓨팅이 출현하고 있다. 바로 ‘엣지 컴퓨팅(Edge computing)’이다.
단순히 요즘 인기 있는 기술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리눅스 재단의 네트워크 부문 총괄 매니저 아르피트 조시푸라는 “엣지 컴퓨팅이 2025년에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시푸라처럼 과감하진 않지만 IBM 서비스 글로벌(IBM Services Global)의 CTO 브리젯 칼린은 “중앙화된 클라우드 센터와 비교할 때 인스턴스가 너무 많다. 이로 인해 엣지 컴퓨팅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IBM은 현재 약 150억 개의 지능형 장치가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또한 IDC는 2025년까지 이러한 지능형 장치가 약 1,500억 개로 늘어날 것이며, 그 결과 전례 없는 수준의 데이터가 생성되리라 예측했다.
클라우드 데이터 관리 업체 액티안(Actian)의 제품 마케팅 부문 선임 이사 루이스 카르도 엣지 컴퓨팅이 세상을 지배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엄청난 성능과 수집된 데이터양을 비롯해 로컬 데이터 프로세싱 및 애널리틱스 주기에 있어서 엣지 컴퓨팅이 클라우드를 추월할 것이다. 단, 여기서 엣지는 다양한 엣지 계층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엣지가 스마트폰이나 애플리케이션 전용 머신비전 시스템과 같은 복잡한 IoT 장치에 국한돼선 안 된다는 의미다. 8비트, 16비트, 32비트 마이크로컨트롤러 유닛을 갖춘 IoT 장치부터 원격 및 현장 서버, 미니 데이터센터까지 화물선, 전방 부대, 시골 병원 등을 지원하는 장치들이 모두 포함돼야 한다. 즉 엣지 컴퓨팅은 집, 사무실, 공장을 비롯해 어디에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편 조시푸라는 엣지 컴퓨팅에 대해 다분히 구체적으로 표현한다. 5~20밀리초 이내의 레이턴시를 가진 컴퓨팅 및 스토리지 리소스라는 것이다. 속도에 민감한 포트나이트(Fornite) 게이머를 제외한다면, 이렇게 짧은 레이턴시가 어디에 필요할까? 바로 실시간으로 작동하며 애플리케이션까지 실행하는 새로운 세대의 하드웨어다. 이를테면 제조 장비 모니터링, 자율주행차, 원격의료를 비롯해 아직 개발 단계인 수많은 장치와 애플리케이션이 여기에 해당된다. 개별적으로 보면 각 장치의 네트워크 트래픽은 그렇지 많지 않다. 그러나 화상회의, 원격의료, CCTV 보안 모니터링에 쓰이는 수천 개의 카메라를 감안한다면? 높은 레이턴시와 네트워크 비용은 애플리케이션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엣지 컴퓨팅이 더 성공적인 애플리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사용 사례도 있다. 가트너의 리서치 부문 부사장 밥 길은 “도시에 설치된 수많은 신호등을 생각해보자. 엣지 컴퓨팅이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는 장치들에 ‘지능’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장치들이 중앙 시스템과 통신하지 않고도 서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엣지의 로컬 프로세싱과 스토리지 덕분에 이런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일부 데이터는 여전히 클라우드나 원격 데이터 센터로 보내야 하지만 그 양이 훨씬 줄어든다.
오픈-엣지 컴퓨팅(Open-edge computing)
조시푸라는 엣지 컴퓨팅을 더욱더 발전시키려면 ‘상호운용 가능한 개방형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프레임워크는 하드웨어, 실리콘, 클라우드, 운영체제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 또한 모든 엣지 컴퓨팅 사용 사례를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IoT 엣지, 통신 엣지, 클라우드 엣지, 엔터프라이즈 엣지 등 모든 엣지를 통합하기 위해서다. 그에 따르면 이러한 공용 프레임워크를 개발하고자 ‘LF 엣지(LF Edge)’가 작년 2월 설립됐다. 이 리눅스 재단 산하 조직은 엣지 컴퓨팅의 모든 플레이어를 한데 불러 모으고자 한다. 이를 통해 공통된 비전에 따라 파편화된 엣지 시장을 통합하는 소프트웨어를 구현한다는 것이 목표다.
이 모든 것이 엣지 컴퓨팅 사용자와 기업에게는 좋게 들리지만, 조시푸라는 왜 엣지 컴퓨팅이 5년 내에 클라우드 컴퓨팅을 능가할 것이라고 내다봤을까? (가트너는 2019년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 규모가 2,143억 달러로, 17.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추정했다.) 조시푸라는 사공이 너무 많아 배가 산으로 가고 있는 탓에 엣지 컴퓨팅의 잠재력이 제대로 발휘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엣지 컴퓨팅을 위한 이전의 노력과 활동들이 좁은 사일로에 갇혀 있거나 엇갈린 목적 아래 진행됐다. 따라서 그는 ‘공통성’에 초점을 맞추고, 모든 사람을 합심하게 한다면 엣지 컴퓨팅이 엄청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물론 모든 사람이 ‘LF 엣지’의 성공을 확신하진 않는다. 카르는 “모든 것에서 독립된 단일 리눅스 플랫폼이라는 개념이 수용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엣지는 항상 분열돼 있었다. 그러나 나는 계층에 따라 각각 2개 플랫폼으로 좁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CPU 수준에서는 인텔과 ARM, 그리고 OS에서는 임베디드 리눅스(변형 포함)와 안드로이드, 마지막으로 아키텍처는 프라이빗 클라우드와 퍼블릭 클라우드다. 벤더들은 각 수준에서 이러한 옵션들을 모두 지원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새 엣지 컴퓨팅이 이끄는 곳은?
칼린은 ‘5G’와 ‘와이파이 6’가 다양한 영역에서 엣지 컴퓨팅을 강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자율주행차를 강화하게 될 것이라면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예를 들어 5G와 관련한 자동차 업계 전망에는 차량 내·외부에 탑재된 네트워크 센서가 모든 것을 모니터링하는 ‘초연결성’이 포함된다. 자율주행차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서 광범위한 분석을 처리하는 엣지 컴퓨터 인스턴스가 되고 있다. 센서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AI 기반 애널리틱스를 수행하며, 실시간으로 명령을 내린다. 이 모든 것이 차량 안에서 이뤄진다. 또한 한층 강화된 안전, 인지, 인포테인먼트는 5G 커넥티드 차의 일부가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엣지 컴퓨팅이다. 데이터가 발생하는 곳에 컴퓨팅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5G 표준은 주변 환경, 다른 운전자, 인프라와 커넥티드 차를 연결하게 될 것이다.”
주니퍼 네트웍스(Juniper Networks)의 제품 관리 및 마케팅 부문 디렉터 줄리우스 프란시스도 5G와 IoT의 결합으로 엣지가 크게 번성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그가 생각하는 2025년 엣지 컴퓨팅의 모습은 아래와 같다.
• 영상 및 모바일 관련 애플리케이션들은 5G와 함께 계속 성장할 것이다. 이들은 더 높은 대역폭과 더 낮은 레이턴시를 제공하기 위해 엣지 컴퓨팅을 요구할 될 것이다.
• 고주파거래(HFT), 자율주행차, 증강/가상현실(AR/VR), 멀티 플레이어 클라우드 게임과 같은 새로운 애플리케이션들이 엣지에서 점점 더 많은 워크로드를 처리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 프란시스는 “엣지 컴퓨팅의 잠재력이 제대로 실현되면 지금은 상상하지 못하는 애플리케이션들이 엣지에 도입될 것이다. 이러한 시나리오들은 중앙화된 클라우드보다 더 빠른 속도로 엣지 채택에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칼린은 이를 공상과학 소설에서 과학적 사실로 전환하려면, “탄력성과 확장성을 지원하는 멀티 클라우드 인프라를 활용한 현대화가 관건이다. 이를 통해 완벽하게 관리되는 플랫폼에서 기능들을 통합해야 한다”라며, “이렇게 된다면 5G와 엣지 세대를 선도하는 기업이 될 것이다. 또 AI 기반 인사이트에 바탕을 두고 하이브리드 혹은 멀티 클라우드 전략을 준비하는 기업들도 엣지 컴퓨팅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할 준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하지만 엣지 컴퓨팅은 아직 미래의 기술이며, 클라우드 컴퓨팅은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아주 중요한 구성요소로 남을 전망이다”라고 덧붙였다.
엣지 컴퓨팅에 관한 다른 주장
엣지 컴퓨팅을 로컬 장치와 서비스 사이의 ‘가교’로 보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클라우드-실버(Cloud-Sliver)의 운영 부문 부사장 제이 발렌틴은 “델, HP, IBM, 뉴타닉스와 같은 주요 기업들이 장치를 더 작게 만들고, 엣지에 배치하고 있지만 바뀐 것은 없다”라면서, “클라우드나 데이터센터와 동일하게 작동한다. 단지 고객에 좀 더 가까이 위치할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대신에 무려 100만 달러의 운영비가 드는 서버에서 실행되던 애플리케이션이 50달러 미만의 라즈베리 파이(Raspberry Pi)에서 실행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일부 애플리케이션에는 확실하게 맞는 말이지만, 이러한 마이크로 디바이스 기반 접근 방식을 엣지 컴퓨팅의 주요 트렌드로 보기는 어렵다.
완전히 다르게 접근하는 사람들도 있다. 구형 애플리케이션을 엣지로 옮겨주는 인택트(Intact) 창업자 래리 알트먼은 “2025년에 엣지 컴퓨팅이 클라우드 컴퓨팅을 추월할 것이라는 주장에 근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알트먼은 엣지가 이름을 새로 바꾼 개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엣지’라는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재정의하거나 또는 이를 세계관에 억지로 맞추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또한 그는 엣지라는 개념에 대한 합의가 형성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그리드(Grid), 엣지(Edge), 분산형(Distrubuted) 등은 모두 5G 네트워크 도입과 함께 공통적으로 액세스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을 뿐이다.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대형 고객들이 진정한 엣지 컴퓨팅을 인프라에 도입하려면 적어도 8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엣지와 클라우드
에머슨(Emerson)의 머신 자동화 솔루션 비즈니스 부문의 제품 관리 책임자 비부쉬 굽타는 엣지와 클라우드의 미래에 관해 “둘은 경쟁적인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관계다. 우리는 미래 시스템이 클라우드와 엣지 구성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말했다. 기술에 관한 여러 접근 방식에 따라 ‘엣지 컴퓨팅’이라는 용어가 다르게 사용되고 있지만 20밀리초 이내의 레이턴시를 가진다는 이 새로운 비전이 미래에 자리 잡게 될 전망이다. 물론 엣지 컴퓨팅이 자본 투자, CPU, 매출 측면에서 클라우드를 능가할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클라우드, 인터넷, 웹의 등장 당시 근본적인 기술 변화가 이뤄졌던 것처럼 엣지 컴퓨팅도 일상과 직장에서 컴퓨터 사용 방식을 변화시킬 가능성은 충분하다.